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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하루에 한번 필사하기[7] 명예로운 치욕 엘리엇의 ‘황무지’에서 유래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시구가 절로 떠오르는 시절이 아닐까 싶다. 이 관용구는 원래 시의 맥락과는 무관하게 다양한 의미로 쓰이는데 어쨌거나 수상한 시절임에는 틀림없고 그런 시절을 견디는 일이 잔인하다는 공통된 정서가 투영되는 듯하다. 나 역시 그렇다. 해마다 4월이면 이 시구를 떠올리기는 했지만 올해는 예전처럼 반어적이거나 다의적인 용법으로는 아니다. 그러나 또한 새삼 이 시와 얽힌 일화가 떠오른다. 문학사의 유명한 일화다. 엘리엇의 스승인 에즈라 파운드도 훌륭한 시인이지만 제자만큼은 아니었다. 스승은 제자를 알아보았고 제자 또한 스승의 비판과 충고를 겸허히 수용할 줄 알았다. ‘황무지’라는 문학사에 획을 그은 대작품은 그렇게 탄생했다. 시의 초고를 .. 더보기
하루에 한번 필사하기[6] ‘라임 사태’ 핵심 검거, 정ㆍ관계 로비 의혹 규명해야 1조6,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25일 구속됐다. 이 전 부사장과 함께 붙잡힌 라임의 전주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도 26일 구속됐다. 지난해 11월 도피 이후 5개월 만에 핵심 인물들의 신병 확보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구속된 금융감독원 출신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의 권력 개입 의혹 수사도 탄력을 받게 됐다.라임 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 펀드의 부실을 숨긴 채 증권사와 은행 등을 통해 상품을 팔았으나 환매가 중단돼 투자자들에게 거액의 손실을 끼친 사건이다. 투자자들은 은행과 증권사의 직원들이 고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상품을 팔았다며 검찰에.. 더보기
하루에 한번 필사하기[3]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기 대비 -1.4% 코로나 사태가 우리 경제에 얼마나 큰 충격을 가했는지가 성장률 지표로 드러났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통계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지난 1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4%로 나타났다. 그동안 수출과 고용 등 부문별 통계를 토대로 우려돼 왔던 마이너스 성장이 공식 확인된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의 종합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분기가 아닌 전년 같은 분기 대비로는 성장률이 1.3%를 기록해 플러스를 유지했다는 사실이다. 같은 기간 대비로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은 -6.8%였다고 하니, 우리로선 체면은 살린 셈이다. 적어도 최악은 면했다고 자위할 여지는 충분하다. 우리가 중국에 비해 민주적이면서도 능.. 더보기
하루에 한번 필사하기[2] 조직의 비합리적 의사결정 극복하려면… Q. 오랫동안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믿음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처럼 인간은 스스로를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속성이 사람들과 조직의 의사결정에서 비합리적 행동과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A. 미국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내가 우주의 절대적 중심이며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의식 속에 뿌리 깊이 새겨져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인간의 이런 성향을 과다확신 오류(overconfidence bias)라고 표현합니다. 프로 골퍼들을 대상으로 1.8m 거리에서 퍼팅을 성공시킬 확률을 물었더니 75∼85%라고 답했는데 실제 성공 확률은 55% 정도.. 더보기
하루에 한번 필사하기[1] 국제유가의 날개 없는 추락은 기름 수요가 절벽인 경제 마비 상황을 여실히 반영한다. 사상 처음 마이너스 유가를 경험한 5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 6월물 브렌트유까지 폭락세가 번졌다. 수요 부족에 보관 장소마저 없어 만기 직전에 익월 선물로 교체하는 롤오버가 일반화되면서 가격 폭락이 심화된 것이다. 덩달아 7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도 속절없이 주저앉을 조짐이다. 소비 위축이 실물경제를 멈춰 세운 코로나 경제의 상징적이면서도 실제적인 후폭풍이 이렇다. 원유를 팔려면 돈을 얹어줘야 하는 기막힌 상황은 사상 최악의 경제 불황의 다른 표현이다. 단일하게 가격 왜곡 현상으로만 봐서는 안 되는 측면이 있다. 가격 하락에 따른 가계와 기업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일부 긍정적인 영향까지 더 엄청난 악영향이 뒤덮고 있는 것..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