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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 상속세로 인해 82년 만에 소장 보물 신라 불상 2점 경매 출품

간송미술관이 보물로 지정된 불상 2점을 처음으로 경매에 내놓았다. 미술품 전문 경매사 케이옥션은 오는 27일 오후 4시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실시하는 5월 경매에 보물 284호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이 출품된다고 21일 밝혔다.

간송미술관은 사업가 간송 전형필(1906~1962)이 1938년 보화각이라는 이름으로 세운 우리나라 최초 사립미술관으로 간송이 일제강점기 전 재산을 쏟아부어 지켜낸 최정상급 문화재들을 소장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별세한 간송의 장남 전성우 전 간송문화재단 이사장과 간송의 손자인 전인건 간송미술관장까지 3대에 걸쳐 문화재를 지켜왔지만 누적된 재정난에 일부 소장품을 경매에 부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경매에 나온 금동여래입상은 1963년 보물 284호로 지정된 7세기 중반 통일신라 불상이다. 팔각 연화대좌 위에 정면을 보고 당당한 자세로 선 모습으로, 높이가 38㎝에 달한다. 비슷한 시기 제작된 우리나라 금동불상으로서는 드물게 크다.

뚜렷한 나발(부처 머리털)의 표현, 이전 불상보다 근엄한 표정, 오른쪽 옷자락이 살짝 흘러내려 어깨와 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독특한 착의법, 대좌 형식, 내부를 중공식으로 제작한 주조기법 등이 삼국시대에서 통일신라 불상으로 접어드는 전환기 양상을 보여준다.

보물 285호로 1963년 지정된 금동보살입상은 6~7세기 신라 불상으로 높이는 약 19㎝로, 거창에서 출토됐다. 보살이 취한 손을 앞으로 모아 보주를 받들어 올린 모습과 양옆으로 뻗은 지느러미 같은 옷자락 모습은 7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일본 호류사의 구세관음과 유사하다. 백제 지역에서 크게 유행했던 봉보주보살상과 일본 초기 불상 사이에서 영향을 주고받은 관계를 추측할 자료로도 가치를 가진다. 두 작품은 각각 15억원에 경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보물로 지정된 국가 지정문화재도 개인 소장품인 경우 소유자 변경 신고만 하면 거래할 수 있다. 출품작은 이날 오후부터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사전예약해 관람할 수 있다.

한 문화재계 인사는 매체를 통해 "간송이 어려운 상황인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누적된 재정난에 서울 성북동 신관과 대구 분관 건축 등을 추진하면서 자금 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간송미술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현재 성북동 간송미술관은 수장고 신축공사와 내부 복원공사의 준비를 위해 휴관중"이라며 "개관과 전시에 관련된 일정은 추후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해 드리겠다"는 공지가 붙었다.